Vol.130_Moonassi

Moonassi

Interviewed by Kim Kieun

From Seoul, South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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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의 관점에서 일러스트레이터와 페인터의 차이점을 이야기 해주실 수 있을까요?

본 인은 어디에 위치한다고 생각하시는지도 궁금합니다. 그림의 주제를 누가 정하는지에 따라 다릅니다. 그림의 디자인 과정을 상의하고 어디까지가 완성인지를 클라이언트가 정한다는 점에서도 차이가 있네요. 하지만 개인 작업을 할 때도 일러스트 작업할 때와 큰 차이를 느끼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자신을 일러스트레이터인지 페인터인지 나누어 생각하지 않습니다. 단지 부르는 사람의 편의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다르게 불 리는 것뿐이라 생각합니다.

Meditation의 영상을 보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무사가 열심히 칼을 갈아 언제든 싸움을 준비하는 비장함과 동시에 한편으론 자신을 돌아보기도,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기도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관객은 그림의 완성된 모습만 보게 되기 때문에 재료를 준비하고 그리는 과정에 대해서 상 상해 보기 어려우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작가로서는 작품이 완성되어 손을 떠나기 직전 까지의 모든 과정이 더욱 소중하고 즐겁고 괴롭기도 합니다. 그 시간을 관객과 공유하면 그 때 홀로 느끼는 적막하고 고요한 마음을 조금 나눌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영상을 만들어 보 았습니다.

그림에서 나타나는 얼굴들이 모두 부처의 얼굴을 생각하게 됩니다. 왜 부처의 얼굴인가요?

한국 미술사 시간에 고려 불화, 그중에서도 수월관음도를 너무 좋아했는데, 인물을 그리다 보니 그 얼굴을 자연스레 차용하게 되었습니다. 계속 그리다 보니, 그 무표정한 얼굴이 어 떤 이의 어떤 감정도 다 담을 수 있는 무한대의, 아무나의 얼굴임을 더 잘 알게 되었습니다

그림의 중심엔 항상 자신이 있고, 그 자신의 감정들에 다양하게 표현되고 있습니다. 자신과 의 싸움 혹은 자신과의 사랑, 걱정 등 다양한 감정을 읽을 수 있는데요, 이 부분에 관해서 설 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그림을 그렇게 읽어내셨다면, 거기에 달리 덧붙일 설명은 없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제가 하는 일은 내부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감정들을 포착해 내고, 그 감정이 너무 개인적인 얘기 라면 조금은 모호하게 만들고 너무 평범하다면 좀 더 특별하게 다듬어 그림을 완성합니다. 완 성된 그림은 최초의 감정 그대로이기도 하고, 여러 색으로 덧댄 것이기도 하여 어떤 것이라 한마디로 말할 수는 없겠습니다. 제가 알고 있고 믿는 것은, 제가 느낀 최초의 감정 그대로, 또는 그림 자체가 만들어 낸 새로운 감정들이 보는 이의 마음에 가 닿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대부분 작품에서 한지와 먹물을 사용하지만, 종이에 잉크 등 다양한 시도 역시 보입니다. 어 떻게 이런 부분들을 결정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수성의 잉크를 쓰는 이유는 종이에 스미는 느낌을 너무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하여 스미는 성질의 검은색이라면 먹, 잉크, 마커 등 어떤 종류의 잉크도 가리지 않고 사용합니다. 그림에 따라 의미를 두고 다른 잉크를 사용한다기보다 그때그때 내키는 대로 사용합니다. 종이의 질 감에 어울리는 잉크를 쓰려고 하기는 합니다.

어떻게 영감을 얻는지 알려주세요.

사실 아이디어를 얻으려고 애쓰면 잘 생각나지 않아서, 시한이 없는 작업의 경우에는 그냥 느긋하게 기다리는 편입니다. 기다리는 것 역시 일종의 부담이기도 해서 그조차 하지 않으려 하는데, 그런 멍-한 순간에 많은 좋은 아이디어를 얻는 편입니다. 멍-한 순간은 대체로 어딘 가 이동 중일 때나, 잠들기 전, 씻고 먹을 때, 음악을 들을 때인 것 같습니다.

맵스 매거진은 주로 젊음과 우리나라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동양화를 전공하고 고민하는 젊은 친구들에게 해주고 싶으신 이야기가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급변하는 세계 속에서, 그것도 가장 빠르게 변화하는 한국에서 수십, 수백 세기 전 그림을 몇 년 동 안 공부한다는 것은, 웬만큼 느긋하고 낙천적인 성격이 아니고서는 해내기 어려운 일입니다. 좀 더 진지한 친구라면, ‘예술이 이 세상에 기여할 수 있기는 할까?’ 하는 냉소와 더불어, 아마 ‘한국적인 것은 무엇인가?’ 라는 무거운 질문까지 스스로 짊어지려 할지도 모릅니다. 그런 친구가 있다면 일 단 가벼워지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당장, 그날, 그때 느껴지는 기분과 생각이 가장 중요하다고 소 중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 바쁜 한국의 어느 도시에 살며, 부대끼며 느끼는 그 날의 감정, 사물, 생각들을 가장 실감 나게 표현할 수 있는 분이 있다면, 그분이 가장 한국적인, 가장 뛰어난 작가일 것이라 감히 확신합니다.

2019년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더 무거워지거나, 좀 더 가벼워지거나, 갈림길에 서 있다고 혼자서 고민하고 있습니다만, 그만 고민을 끝내고 한 발짝 나아갔으면 합니다. 그림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보다는, 좋은 습관을 만들고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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