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31_Oh Suk Kuhn

Oh Suk Kuhn

Interviewed by Kim Kieun

From Seoul, South Korea

-


-작업을 들여다보면, 다뤄지는 주제들은 결국 매우 다양하지만, 대한민국 그리고 작게는 인천에 사는 사람들의 커뮤니티의 내적 삶, 개인 간의 관계, 인간의 정서 복잡성 또는 숨겨진 이야기와 같은 특정 주제에 중점을 둡니다. 작가님의 주제 선정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알려주세요.

삶에서 보고 느낀 것들이 하나둘 퍼즐이 맞춰지고 그것이 쌓이면서 하나의 덩어리 즉 작업으로 나타나는 것 같아요. 10년 전 ‘교과서(철수와 영희)’를 만들 때, ‘왜 사람들이 같은 기억이 갖고 있을까?’라 질문을 시작해서 그 답이 한국 사회로 자연스럽게 연결이 되었고 이후 교육, 개인 역사, 지역 역사, 국가 역사, 근대성 등이 연결이 되었죠. 이렇게 하나둘 깨닫게 되면서 더 깊이 볼 수 있는 시선과 지식이 쌓이게 되었고 전 보다 그 연결고리, 그 퍼즐을 맞추기 쉬워졌다고 봐요.

-사진작가로서, 오늘날 특히나 지배적인 내러티브 중 하나인 소셜미디어, 비주얼리티와 이미지 사이의 관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인스타그램이 이미지 중심의 플랫폼이기 때문에 이슈에 포함이 되지 않나 싶은데. 저는 사실 그 정사각 프레임의 사진이 싫어서 이용하지 않다가 1년 전부터 이용하고 있어요. 많은 이미지 창작과 소비가 일어나고 있는 플랫폼이기에 들어가서 현시대에 이미지가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보기 좋았어요. 누군가 시대의 욕망에 맞는 이미지를 창출하면 그것을 따라서 찍는 친구들이 생기고 그것들이 커머셜과 만나 소비가 되고. 그 소비가 인스타그램 상이나 온.오프라인상에서 위력을 떨치는 걸 쉽게 목격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순수미술이나 다른 예술작품처럼 사회적인 가치를 만드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드물다는 생각도 들어요. 결이 다르다고 할까요. 쉽게 말해 웹상의 이미지는 두 번 보면 질린다 자극적이고 Instant 하다고 할까요. 가치 중심이 아니라 그런 듯 해요. 모두가 홍보하고 있다고 봐요. 재미있는 부분은 인스타의 팔로워 수는 현장 예술인의 작업의 가치와 균등하지 않더라고요. 좋은 작업을 하고 있고 미술 현장에서도 좋은 평을 듣고 있는 작가라도 팔로워 수는 만 명 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많으면 3~5천 명 정도라는 게 재미있더라고요. 현실계와 인스타계의 차이들, 다른 언어들을 사용하는 세계. 인스타그램은 특히 생산보단 재생산이 많다고 생각해요. 홍보와 Test bed로는 좋은 플랫폼이라고 생각해요. 확실히 인스타를 보며 한국 사회가 이미지를 읽고 소비하는 게 아직은 건강하지 않다는 것을 느껴요. 사실 그래서 별 것 없다고 느껴요. 더불어 인스타그램의 이미지들이 현실 세계 즉 출력되어 나오게 되면 전혀 소통할 수 없는 경우도 있으니 재미있긴 재미있죠.

 

-작가님의 관점에서 현재 대한민국에서 젊은 세대가 대면하고 있는 이슈 3가지를 꼽아주신다면?

불투명한 미래. 윗세대가 자리와 기회를 다 차지하고 있고 그것을 내놓진 않으니 청년세대에게 돌아오는 기회가 없다고 봐요. 더 웃긴 건 윗세대가 지금의 청년세대의 고통을 인지하려고도 하지 않고 이해하려고 하지 않고. 청년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만 하니 청년들이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선거철이 올 때마다 정치인들이 어떤 행동을 취하고 이후 그 정책이 어떻게 되는지 보시면 이는 더욱 명확하죠. 이런 문제가 결국 청년들을 보수화에도 영향을 주는 거 같아요. 어디에 어떤 가치를 두고 움직여야 하는지 사실 출구가 보이지 않죠. 굶어 죽지 않고 잘 살아야지 정도로 다들 살고 있으니…… 청년세대를 비난하는 것이 아니에요. 윗세대가 너무 부도덕해요. 자본주의와 이기심, 공공성도 없고. 이 모든 일련의 문제들이 현재 제가 중간 세대라서 더욱 잘 보이는 것 같아요. 참 어렵네요. 두 번째는 집. 마지막은 소셜미디어. 때론 일종의 시스템 안에서 위안 또는 인정받기 게임 같아요. 소셜미디어 장단점이 명확하니 잘 이용했으면 좋겠어요.

 

-최근의 작업은 단순 Photography에서 벗어나, 설치와 비디오 작업물들을 통해 소통 방식의 변화들이 보입니다. 어떤 계기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작가라면 매체의 장단점을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사진으로 가능하다면 사진으로 진행하고, 가능하지 않다면 다른 확장된 매체를 찾을 수밖에 없는 거 같아요. 스스로 가두지 말고 자유로울 필요가 있죠. 지금의 일련의 작업은 사진을 중심으로 사진이 가진 장단점을 이해하고 그 가능성을 다양한 방식과 매체로 확장하는 실험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과거와 현재에 대한 관계 역시 작가님의 작품에서 읽어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일어났고 일어난 역사를 대하는 작가님의 태도와 관점을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우리가 태어난 사실도 수많은 과거 중 하나이듯이 오래된 도시들을 걷다 보면 각각의 건물에 축척 되어 있는 역사를 볼 수 있어요. 자연 풍경도 따지고 보면 시간이 축적되어 생산된 풍경이라고 볼 수 있죠. 더 넓게 보면 인간의 진화도 마찬가지고요. 존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확실히 과거를 봐야 하지 않나 생각해요. 과거를 축으로 현재가 계속 덥혀지고 있고 그래야 나와 우리를 더욱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사실 분리되어있는 것들이 아니고 도깨비방망이로 뚝딱 만들어진 게 아니잖아요. 가끔 그러잖아요. 내가 왜 이러지? 그 사고방식과 태도의 이유, 왜 내가 이런 일을 겪고 있지? 그것에 대한 답은 사실 과거와 현재를 왕복하면서 찾아낼 수 있어요. 내가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들 중 하나에요. 확실히 시야가 넓어지죠. 그러다 보니 젊어서 와 다르게 예술이 다가 아니라고 생각도 하게 되고 예술과 예술가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되죠. 삶 자체도 욕망을 좇는게 아닌 가치 중심적인 사고를 하게 되죠.

 

-해에게서 소년에게 와 두개의 집, 축 작업을 보면, 오늘날의 모습들과 과거의 모습들이 서로 교차하고 그 안에서 보이는 관계들에 대해 들여보게 됩니다. 특히나 다른 작업물들 역시 선택된 주제들과 작가님의 유대관계가 상당히 짙게 느껴지는 게 사실인데요, 이 부분에 관해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예술가의 기본조건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어요. 온전히 자기 것이 되지 않으면 좋은 작업은 나오지 않는다. 자기 것이 아니면 결국 남의 것을 카피하거나 보편적인 예술 언어를 차용하게 되는데 그런 작업은 결국 재미도 없고 설득력도 없어서 돌림노래가 되는 경우가 많아요. 예술이 언어인데 똑같은 이야기를 똑같은 방식으로 계속한다면 외면은 당연하겠죠. 제 작업 ‘축’을 예를 들면, 전에는 역사가 온전히 축적된 건물 전체를 촬영했다면 축은 건물의 역사를 볼 수 있는 특정 흔적 즉 핵심만을 사진으로 담아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고 더불어 한국사회의 노동자, 성매매 여성 등의 신체 상처 또한 건물의 상처(흔적)와 같은 역사, 사회적 맥락에 놓여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죠. 그렇게 축 작업은 건축물과 신체의 역사 그리고 상처를 함께 병치함으로써 한국사회의 구조를 잘 보여주는 작업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살면서 맞춰진 퍼즐 즉 덩어리, 언어, 결과인 거죠. 결국 작업은 자신의 가치와 철학 그리고 시각적 개성 즉 자기 언어로 만들어져야 하고 그것이 없다면 억지로 에너지와 욕망을 쏟아내며 만들지 않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해요. 물론 저에게도 포함되는 이야기죠. 결국 억지로 만들어진 건 자신에게 독이 돼요. 특히 시각언어는 더더욱 그렇다고 봅니다.

Maps Magaz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