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49_Anna Ehrenstein

Anna Ehrenstein

From Berlin, Germany

Interviewed by Cinjay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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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들을 적재적소에 사용하거나 혼합하는 데 탁월한 재능을 가졌다. 간혹 어떤 오브제나 물질들은 그 자리에 박제될 운명을 갖고 태어난 듯 보이기도 한다. 물리적 레이아웃을 짠 후 이를 염두에 두고 재료를 선정하는가?

작업에 따라 몹시 다르다. 어떤 작업은 수개월에 거쳐 스케치에 공을 들인 후 작업실에서 찍은 사진을 설치하거나 갤러리에 설치한다. 어떤 경우 단 몇 시간 만에 뚝딱 설치물을 완성하고 이를 영상이나 퍼포먼스의 배경으로 사용한다. 어떤 조각은 완성 이후 집에 두고 면밀히 관찰하기도 한다. 보통 나는 장기적 사이클을 갖고 작업하며 하나의 질문에 천착해 몇 개월, 혹은 몇 년에 걸쳐 그에 합당한 매개체나 언어를 찾는 데 힘쓴다. 어떤 경우 내가 원하는 이미지를 창작하기 위해 이와 관련된 이론을 모두 읽는다. 만들고자 하는 이미지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다. 반면 또 다른 경우에는 한 문장, 어떠한 연구 결과만을 보고 일순간 빠지기도 한다. 그러고 나면 나는 그 감상을 시각적, 공간적, 물질적 언어를 통해 담고자 한다. 나는 불안정한 집합, 번역을 기반으로 작업하며 이는 내 삶이 반영된 자명한 결과다. 나는 사진을 조각과 조립시키거나 디지털 파일을 물리적 작업으로 변환시킨다. 퀴어 커뮤니티에서 자라 공동체 의식을 무척 중요시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친구들이 협업을 요청하기도 한다. 우리는 커뮤니티 안에서 함께 작업한다. 간혹 아예 모르는 이들에게 온라인을 통해 팬심으로 협업을 요청하기도 한다. 같은 예술가로서 그들의 고심을 통감하기에 애정을 바탕으로 한 동맹, 연합 등을 꾸리고 싶다. 복합 매체, 조립 등은 다언어적 세계의 자유를 맛볼 수 있게 한다. 현실 세계에서 그러하듯 나는 다수의 동맹적 관계를 내 작업 안에도 세워나간다. 천과 다양한 색상, 패턴 등을 통해 관객이 해독할 수 없는 장애물을 만들어내며, 풀리지 않는 그것들이야말로 그 안에 담긴 미라고 생각한다.

 작업 하나하나가 소중한 자식과도 같을 테다. 그럼에도 기억에서 지울 수 없는 작업 하나 만을 꼽는다면?

360° 비디오 작업인 ‘Tools For Conviviality’의 작업 과정 전반은 잊으려야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서구 사회를 벗어나 존재하는 이민자들의 메카 속 창작자들과 협업을 하고 싶었는데, 이민이란 서구를 향해서만 이루어진다는 통념이 지겨웠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을 키워오던 찰나 서아프리카 다카의 퍼포먼스 예술을 전공한 한 큐레이터를 만나 작업을 할 기회가 생겼고, 그녀의 설명을 들은 후 그 도시에 직접 방문해야겠다는 생각에 미쳤다. 세네갈은 독일보다도 알바니아와 공통점이 많았다. 프로젝트를 시작할 당시 나는 금전적으로 어려웠지만 이 작업이 장학금을 받게 되며 수익이 생겼고 이를 다카의 친구들과 나눴다. 함께 일한 그 모두는 경제적, 문화적인 모든 것을 나에게 나누어주었고 우리는 네트워크, 친구들, 마음, 피, 땀과 눈물을 공유했다. 지금도 당시의 작업을 보면 당시 맞닥뜨린 많은 장애물이 보이지만, 동시에 어떤이론이나 개념들보다도 우리가 나눈 즐거움과 아름다운 추억들이 두드러져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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