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73_Yeseul O
Yeseul O
from Seoul, South Korea
Interviewed by Kim Has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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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디지털 아트를 선보이는 디자이너 오예슬,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 하면서 주로 어떤 작업을 선보이는지 궁금하다.
3D를 활용한 디지털 드로잉, 모션, 증강 현실을 다루는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3D 디지털 드로잉에 코딩이나 AR, VR 기술을 접목시켜 가상과 현실 사이에서 작업하는 것을 좋아한다. 대표적인 프로젝트는 작년 말부터 시작한 Metabun_ny라는 NFT 프로젝트이다. 매일 인스타그램으로 하나의 메타버니 아트워크나 AR 아트워크를 공유하고, 매주 6개의 메 타버니 작품들을 하나의 컬렉션으로 묶어서 오픈씨(OpenSea)에서 판매하고 있다.
해외에서 작업을 이어오면서 좋았던 점과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뉴욕은 세계에서 가장 별난 사람들이 모여있는 도시 중 하나인 것 같다. 뉴 욕에서 작업을 하면서 좋았던 점은, 다양한 사람들 저마다의 독특한 삶의 방식을 보고 언제나 새로운 영감을 받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삶의 방식은 생각하는 방식과도 연결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려웠던 점은 시차였 다. 이번 메르세데스 벤츠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와 함께 한 KIAF PLUS 전시가 나의 첫 전시였는데, 뉴욕에서 밤낮을 바꿔가며 한국에 있는 팀과 미팅을 하고 소통을 하는 것이 어려웠다.
최근 마무리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한성자동차가 공식 스폰서로 참여한 신설 아트페어 ‘키아프 플러스(Kiaf PLUS)’에서 장학생들과 협업한 10 점의 메타버니들이 등장한 첫 전시였다. 이 프로젝트는 어떻게 시작된 것 인지.
많이들 물어봐 주셨는데 정말 꿈만 같게도 인스타그램 DM으로 연락이 와 서 시작되었다. NFT 작가 활동도 하면서 AR 기술까지 접목시켜 작품을 만드는 작가는 많지 않아, 나를 찾고 굉장히 기뻐하셨다고 들었다. 처음 에는 첫 전시를 이렇게 큰 국제적인 무대에서 하게 될 줄 몰랐기에 감회 가 새로웠고, 두 번째로는 한성자동차가 2012년부터 진행해온 드림그림 이라는 장학사업의 장학생들과 함께 하는 전시라는 말을 듣고 꼭 하고싶 다고 생각했다. 전시 작품들의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기 위해 그들과의 수 업은 뉴욕에서 화상 강의로 진행됐었는데, 평범한 일상과 정해진 운명을 벗어날 수 있다면 어떤 세상에서 어떤 모습의 메타버니로 존재하고 싶은 지 드림그림 장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수업에서 생각지도 못한 사랑 스럽고 톡톡 튀는 아름다운 생각들을 들을 수 있었고, 장학생들의 다양한 아이디어 덕분에 이번 전시가 더욱 다채롭게 만들어진 것 같다. 이를 통해 나와 드림드림 장학생들의 특별한 10가지 이야기들을 담은 10개의 서로 다른 메타버스 세상으로 떠나는 메타버니들이 탄생됐다.
아트페어에서 첫 전시를 진행한 만큼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더군다나 멘토링 협업까지 이뤄졌는데, 지금 느끼는 작가의 후기를 말해 준다면.
지금까지는 개인적인 이야기만을 담아 작품을 만들었는데, 이번 협업은 나 아닌 다른 누군가의 꿈을 담은 작품들을 만들었다는 것이 굉장히 뜻깊었다. 장학생들 각자의 비밀스러운 세상에 초대받아 그 세상을 대신 그리는 기분이어서 사명감을 갖고 더 멋지게 구현하려 노력했다. 전시가 시작된 뒤, 멘토링을 했던 장학생들이 와서 자신들의 아이디어가 이렇게 멋지게 표현되었다면서 좋아하고 신기해하는 모습을 보고 몇 달간 고생했던 것이 싹 잊힐 만큼 뿌듯했다.
뉴욕의 한 햄버거 가게의 빵이 메타버스로 탈출해 메타버니가 탄생됐다. 독특하 면서도 다소 키치한 스토리, 어떤 생각에서 비롯된 걸까.
빵(bun)은 어떻게 메타 버스로 향하게 되었나. 뉴욕에 오고 버거의 매력에 빠져버렸다. 맛있는 버거를 파는 곳이 정말 많다. 뉴 욕에서 시작한 프로젝트라 나중에 이곳을 추억할 수 있는 무언가를 소재로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고, 그게 바로 버거였다. 게다가 납작하고 둥근 모양인 버거 빵 은 너무 귀엽지 않나. 여러 스케치 후 토끼 귀를 함께 그렸을 때 가장 귀엽고 독특해 보였고, 중의적 의미를 가지게 되는 것도 좋았다. 중의적 의미를 표현하기 위 해 bun과 ny사이 _를 넣어 Metabun_ny 라는 이름을 지었다. 1. 메타버스로 탈출한 뉴욕의 번 (Metabun in NY) 2. 메타버스의 토끼 (Meta Bunny) 캐릭터를 정한 뒤 스토리를 위해 리서치를 하다 보니, 똑같이 생긴 번들이 트레 이에 줄 맞춰 있는 모습이 꼭 나의 모습 같았고 대부분 사람들의 모습 같았다. 탈출하고 싶지만 용기를 내지 못하고 정해진 틀과 운명에 맞춰 살아가는 모습이랄 까. 그래서 자유로운 형태로 살아갈 수 있는 메타버스로 번들을 탈출시켜 주고 싶 었고, 그것은 나 스스로와 당신 모두를 탈출시켜주고 싶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동시에 999개의 메타버니라는 컨셉 또한 갖고 있다. 이는 어떤 의미인가.
처음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갯수를 정해 놓고 시작해야 지치지 않고 해낼 것 같았다. 그래서 여러가지 숫자를 놓고 고민했다. 일단 1주일에 6개의 새로운 메타버니를 만들고 드롭한다 했 을 때, 999개를 만들려면 약 3년의 시간이 필요하더라. 나는 당시 회사에서 일했던 경력만 있고 작품 활동은 없었던 무명의 작가였기 때문에, 1-2년 안에는 큰 반응이 오기 힘들 거라 생각했다. 최소 3년 정도는 해야 내 작업에 대한 진정성이나 열정이 인정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1000이라는 숫자보다 999라는 숫자가 미완성의 느낌이 들어, 완벽하지 않은 느낌을 가지고 조금 아쉬운 채로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고 싶었다.
작업적 영감과 같은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따로 노력하는 부분이 있는가. 999개의 메타버니 가 모두 완성되려면 각각의 비주얼이나 컨셉에 대한 지속적인 고민이 있을 것 같다.
힘을 빼려고 가장 많이 노력한다. 완벽주의적인 성향이 있어서 처음에 가볍게 작업하기가 굉 장히 힘들었다. 비주얼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몇시간을 작업해도 버리거나 충분히 새롭고 좋 은 컨셉이 아니라고 생각이 들면 혼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하지만 메타버니 프로젝트는 매일의 작업이다 보니 언제나 완벽하고 이상적인 작품이 나오기란 불가능하다. 나는 로봇이 아니고 사람이기 때문에. 그래서 3년 넘게 이 프로젝트를 이끌어 나가려면 마음을 굉장히 가 볍게 먹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지 않으면 부담감과 걱정에 자폭할 수 있기 때문이 다. 그리고 가볍게 세상을 마주하면 내 주변이 영감 천지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우리 주변의 모든 것은 형체가 다르고, 질감이 다르며 스토리가 다르다. 그리고 매일 변화한다. 그렇게 동 네를 한바퀴 가볍게 돌다 보면, 영감을 몇 개씩 얻어온다.
여러 영감들로 탄생된 메타버니는 다양한 비주얼 변형이 매력적인 것 같다. 각 컨 셉들의 구상과 기획, 생산 과정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해준다면.
매일의 작업이다 보니 그날의 감정, 깨달음, 사건 등에 영향을 많이 받아 작업을 하는 편이다. Cinema 4D 라는 3D 프로그램을 사용하는데, 예술가들이 각자가 선호하는 작업 방식이나 도구가 다르듯 나에게는 C4D가 가장 선호하는 미술 도구다. 가끔 좋은 아이디어가 번뜩 생각나서 얼른 간단한 스케치로 옮겨야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C4D로 러프하게 모델링을 한 후 세밀한 조각에 들어간다. 모델링을 다 하고 나면 텍스처를 입히고, 라이팅을 무드에 맞게 세팅하며, 마지막으로 렌더링을 한다. 그대로 끝내기 아쉽다고 느끼는 작품들은 모션을 추가하거 나 AR 작품으로 더 발전시키기도 한다.
해당 과정을 통해 탄생된 메타버니들은 창작자(본인)의 어떤 생각과 감정을 반 영한다고 생각하나.
메타버니들은 내가 현실에서 이루지 못하는 꿈이나 살아보지 못하는 삶, 그리 고 넘어서지 못하는 한계들을 모두 뛰어넘고 싶은 감정과 소망을 담은 작품들이다. 매일 작업을 하면서 탈출을 시도하는 듯한 기분도 들고. 나를 포함한 대부분 의 우리는 현실과 타협을 하며 살아간다. 돈, 시간, 관습 등에 얽매여 정말로 되 고 싶은 나의 모습과 점점 멀어지고, 결국엔 꿈마저 잃어버린 채 살아가게 되기 도 한다. 그렇게 변하고 있는 내 모습이 두려워 메타버니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메타버니들을 통해 내가 되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사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등 소소하고 엉뚱하더라도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예술의 형태로 되 새기며 살아가려 한다.
햄버거 가게라는 현실 속 공간에서 메타버스로 탈출한 빵이 메타버니가 되었듯, 현재를 살아가는 작가 오예슬이 빵을 따라 가상의 공간으로 뛰어들게 된다면 본인은 무엇이 되었을 것 같나.
사실 매일 만들고 있는 메타버니들이 모두 나의 모습이다. 나의 생각, 열망, 감정, 꿈 등이 모두 반영되어 있는, 매일 변화하고 꿈꾸는 나의 조각들을 메타버니에 담아 작업한다. 내가 만든 모든 메타버니의 형태로 매일 다른 형태의 삶을 살아보고 싶다.
독창적인 비주얼의 메타버니들은 손에 움켜쥐고 싶다는 생각도 들게 한다. 디지털 아트워크가 아닌 피지컬 굿즈로도 메타버니를 확장시킬 계획이 있는지 궁금하다.
기회가 된다면 꼭 해보고 싶은 부분이다. 단순히 관상용인 피지컬 굿즈로만 만들고 싶지는 않고, 실제와 가상 현실을 연결하는 매개체로서 만들어 보고 싶다. 어떤 기술을 접목시켜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는 고민을 해봐야할 부분이지만.
메타버니 외의 작업을 보면, 지난해(2021) 뉴욕대학에서 진행한 프로젝트 ‘Surreal Music Living Room’에 대해 묻고 싶다. COVID-19가 삶에 미친 영향 을 초현실적인 공간에서 외로움이라는 감정으로 풀어냈던데.
COVID-19가 나의 삶을 덮치면서 초반에는 집에서만 생활했다. 거실이 나의 작 업실이었고, 식당이었고, 휴식공간이었고, 헬스장이었다. 거실에서 모든 것을 해 결하는 것이 굉장히 답답했지만 무엇보다 외로움이 가장 컸다. 세상과 단절된 기 분은 처음 느껴보는 비현실적이고 쓸쓸한 기분이었는데, 다른 사람들도 이런 감 정일까 궁금했다. 그래서 내가 느꼈던 외로운 감정을 인터랙티브한 작품을 통해 공유하며 소통하고 싶었다. 작품의 배경은 나의 거실이고, 관객이 키보드를 누를 때마다 추상적인 모양의 물체가 거실 테이블 위에 뜨면서 움직이고 소리를 내는 전개다. 전체적으로 초현실적이고 쓸쓸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싶었다. 당시 내가 거실에서 보냈던 시간처럼 외롭고 인상적이며 비현실적이도록.
작업할 때 항상 고수하는 본인만의 철학이나 고집이 있다면.
메타버니 작품에 4시간 이상은 투자하지 않으려 한다. 작품이란 아무리 해도 아 쉬울 수밖에 없기 마련이다. 프로젝트 초반에는 메타버니 프로젝트에 시간을 무 한으로 쓰다 보니 다른 것을 배울 체력이나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 매우 아쉬 웠다. 그래서 메타버니 프로젝트에만 온 힘을 쏟지 않고 AR, VR, 코딩 등과 같 은 새로운 기술들을 배울 수 있는 밸런스를 유지하고자 작업 시간을 정해 놓고 작업한다.
현재 작업 외 몰두하고 있는 것이 있는가.
운동을 다시 꾸준하게 시작해보려 한다. 건강이 최고다.
다가오지 않을 미래에 대해 알 순 없지만, 현재 본인의 활동을 비 추어 볼 때 앞으로의 작업 범위나 방향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 것 같은지 예상해 본다면.
3D, AR, VR 등 항상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실험해보는 선구자적인 디지털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 다양한 기술들을 계속해서 배워서 관객들이 내 작품을 통해 새롭고 충격적인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작업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소식이 있나.
전시가 끝나자마자 뉴욕으로 돌아왔다. 뉴욕대 대학원 2학기를 마칠 예정이다. 계속해서 디지털 아티스트 활동도 할 계획이고, 999개에 도달할 때까지 Metabun_ny 프로젝트도 끝까지 해낼 계획이다. 전시도 기회가 된다면 여러 도시에서 열어볼 예정이니 @Metabun_ny 인스타그램 페이지를 언제나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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