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70_Kai oh

KAI OH

@kai.drinks.water

from Seoul, South Korea

Interviewed by Oh minj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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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영은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사진 매체를 기반으로 시각 이미지를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주로 미술관이나 갤 러리 등 전시 공간에서 작업을 전시한다. 또 아트웍을 의뢰받아서 작업하기도 한다.

무모한 아티스트 오가영. 그 무모한 이미지메이킹의 연속으로 현재까지 무수히 많은 작 업물을 도출해 내었다. 언제부터 이러한 콜라주 편집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나?

처음으로 시도해 봤던 건 2015년쯤이다. 2013년부터 필름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면서 거리의 풍경이나 친구들 사진을 많이 찍었다. 그런데 카메라가 좋아서인지 찍는 것마다 다 너무 잘 나왔고 이 카메라만 있으면 누구든 사진을 잘 찍겠다 싶었다. 그러다 좀 더 특별한 이미지를 만들고 싶어졌고 디지털 콜라주를 시작하게 되었다.

작업 전 어떤 형태와 전달할 메시지를 미리 구상한 후에 작업에 들어가는 것인지, 혹은 즉흥적으로 작업을 도출하는 것인지. 디테일한 작업 과정이 궁금하다.

매우 즉흥적이다. 대부분의 경우에 메인으로 쓰고 싶은 사진을 먼저 한두 장 정도 선택 해놓고 나머지는 미리 찍어둔 사진이 모여 있는 아카이브를 둘러본다. 그렇게 둘러보다 메인 사진과 어울릴만한 것을 골라서 작업한다. 흐릿한 방향성만을 염두에 두고 있을 뿐이지 구체적인 계획이나 뚜렷한 메시지로 시작하지는 않는다. 다만 새로운 작업을 할 때 이전에 비슷하게 썼던 효과나 구도보다는 해보지 않은 화면 구성을 해보고자 한다. 이미지를 고를 때도 특정한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고 머릿속에서 어떤 포인트로든 연결 이 될 수 있겠다 싶으면 가져다 쓴다.

사진은 아이폰으로 촬영을 한다고. 어떤 기종을 쓰는지도 물어봐야겠다. 아이폰 말고도 다른 카메라를 이용하기도 하나?

지금은 1년 반째 12 미니를 쓰고 있는데 그렇게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이 전에는 XR, 그전에는 6를 썼다. 그 두 가지는 각각의 색감이 정말 마음에 들 었었다. 다른 카메라로는 소니 미러리스, 컴팩트한 후지 등을 쓰기도 한다. 광학 기기가 가진 기술력에 대한 관심은 별로 크지 않고 피사체를 어떤 색 감과 느낌으로 구현해 내느냐를 더 본다. 그리고 아주 컴팩트한 카메라가 아니면 자주 들고 다니기가 어려워서 가볍고 재빠르게 꺼내 찍을 수 있는 아이폰을 제일 많이 쓰게 된다.

편집이라는 것은 작가에게 단순히 작업의 수순 중 하나라고 단정할 수 없을 것 같다. 그것은 어떤 행위 라고 표현해 볼 수 있겠나?

여러 장의 사진을 재료로 써서 무한대의 조합을 만 들 수 있다는 것은 일단 모든 작업 과정 중 가장 큰 즐거움을 주는 부분이다. 그래서 의미가 있다. 앞서 말했듯 디지털 콜라주를 시작한 계기가 특별한 사진 을 만들고자 함이었고 지금도 작업을 할 때 어떻게 사진 매체를 확장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가장 많이 한다. 또 어렸을 때부터 자신만의 고유한 시각 언어를 가진 작가들이 정말 대단하고 특별해 보였었 다. 항상 어디서든 구분될 수 있는 나만의 표현 방식 을 가지고 싶었고 사진을 편집하는 방식으로 그런 것을 구축하려고 노력한다.

작품을 통해 도시 생활의 이상하고 형용할 수 없는 경험의 인상을 주려고 한다는 작가 의 이유를 듣고 싶다. 항거적인 메시지가 담겨있는 것일까?

인위적인 것과 자연스러운 것의 경계가 모호한 도시에서는 다양한 규모의 스펙터클 이 혼재해 있는 걸 볼 수 있다. 나는 자전거를 타거나 계속 걸어 다니면서 사람들, 거리 의 풍경들을 관찰한다. 꼭 안 가본 곳에 가는 게 아니더라도 돌아다니면 늘 새로운 광 경을 목격하게 된다. 실제로 건물이나 풍경이 바뀌기도 하고 아니면 날씨나 계절 때문 에 미묘하게 다른 상태가 되기도 한다. 이런 것들을 관찰하고 작업으로 남기면 내 시각 이 도시를 비롯한 어떤 대상을 바라보는 하나의 예시가 되지 않을까 한다. 누구나 각자 의 시각이 있을 테고, 나의 시각으로서 어떤 메시지를 전면에 보이려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현재 지내고 있는 서울은 어떤 도시라고 느껴지나. 그리고 여기서 겪었던 이상한 경험들.

나는 독일로 유학을 가기 전까지 줄곧 서울에서 살았다. 서울은 가장 익숙한 도시인 데도 낯설게 느껴지는 구석이 있었다. 갖가지 이상한 부산물로 가득 찬 도시라는 인상 을 받는다. 그리고 언제나 임시적인 느낌이다. 그런데 최근에서야 그게 그냥 있는 그 대로의 서울의 모습이고 매력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렸을 때부터 서울 에는 울창한 숲이나 날 것의 자연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늘 불만이었다. 그런데 이제 는 애초에 도시라는 곳이 그런 곳이고 도시에서 드넓은 자연을 바란 것이 이상한 거 였다고 생각한다.

독일에서 사진과를 전공하였다고. 그 경험과 배움은 어떠했나?

내가 다녔던 뉘른베르크 예술 아카데미는 가장 좋아하는 포토그래퍼인 유르겐 텔러가 교수로 있다길래 지원하게 되었다. 원래는 독일에 가서 한국 학부에서 전공한 조소를 계속할 생각이었고 사진을 본격적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은 딱히 없었다. 그런데 운명처 럼, 조소과로 지원한 나머지 학교는 다 떨어지고 유일하게 사진을 전공으로 쓴 그 학교 에만 합격했다. 우러러보는 작가에게 인정받았다는 생각에 굉장히 설레었다. 독일 유 학은 전혀 익숙하지 않았던 독일 문화에 대해 천천히 알아가고 작업에 대해 마음껏 고 민하고 시도해 볼 수 있는 정말 재밌는 시간이었다. 독일은 전반적으로 자본주의적인 아이디어가 옅다고 느꼈다. 그동안 익숙했던 것을 다시 생각해 보고 돌아보는 시간이 었고 내가 무엇을 선호하는지 좀 더 자세히 알게 되었다.

무언가를 왜곡하고 해체하는 것. 그리고 지속적 으로 뒤틀린 변형을 주는 것은 어떠한 의도에서 반영된 작업 방식인지 궁금하다. 그렇게 도출된 결과물을 본 관객에게는 편협적인 사고에서 벗어 날 수 있는 경험으로 다가올 수도 있을 것 같다.

나는 사진을 여러 장 섞을 때, 무슨 이미지를 섞은 것인지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편집하는 것을 중 요하게 생각한다. 원래 어떤 사진인지 힌트를 남 기고 싶다. 사람들이 내가 만든 것을 보고 무엇을 분석하고 찾아내려고 하기보다는 본인에게 익숙 한 것을 연결시켜 해석하거나 있는 그대로 느꼈 으면 좋겠다.

작가에게 ‘자극’은 무엇인가.

경험하지 않은 것을 경험해 볼 때 자극을 받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새로 운 상황에 처해지는 것을 좋아한다. 또 자신만의 고유의 매력을 갖는 것들 을 보면 나의 취향을 떠나 아름답다고 느끼고 그것에 자극된다. 그런데 자 극을 느끼거나 받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자극이 자주, 많이 필요한 것 같지 는 않다. 지속성이 있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자극은 지속성과는 대 척점에 있는 단어 같다.

최근 작가의 평온한 두뇌 회로를 방해하는 사사로운 골칫거리들이 있을까?

골칫거리라고 할만한 특정 대상이 있는 건 아니고 어떤 선택을 하는 것에 대해서 전보다 더 오래 고민하게 되어서 괴롭다. 예전에는 내키면 하고 봤 는데 최근에는 그러기가 좀 어렵더라. 그런데 더 깊게 고민한다고 해서 다 따져보고 이성적인 판단을 하는 것은 또 아니다. 결국 내키는 대로 하는데 왜 시간만 더 들이게 된 건지 모르겠다.

사진 작업 외에도 다른 작업을 하고 있는 게 있나?

믹카이migkai라는 주얼리 레이블을 운영하고 있다. 믹카이는 Made in Germany by Kai의 약자로 독일 학교에서 배운 은공예로 주얼리를 만들 던 취미가 확장되어 만들어진 브랜드이다. 뜨개질을 해본 사람들은 알겠 지만 손으로 직접 만들고 완성시키는 행위는 정신적 편안함을 준다. 사진 작업에 대한 고민이 들 때, 잠깐 쉬면서 믹카이에 대한 생각과 작업을 한 다. 믹카이에 관한 건 사진 작업과는 다른 방향이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해 소시켜주고 적절한 균형을 맞추어 주는 장치가 된다고 생각한다.

애착이나 애증이 담겨있는 작품이 있다면 소개해 줄 수 있을까.

‘게임’이라는 작업을 좋아한다. 작년에 만든 작업 중에 가장 마음에 든다. 사진을 보여줄 수 있 는 액자도 파티션도 아닌 지지체를 고안해서 만들었다. 그래서 사진의 뒷면도 볼 수 있다. 콜라 주 안에서 다양하게 보이는 형태(얼굴들, 게임판 등)가 다 같은 계곡물을 찍은 사진에서 왔다.

한국에서의 첫 개인전 'softsharp'가 바로 작년이다. 앞으로 무엇을 더 보여줄지 그 행보도 몹시 기다려지는데, 가까운 전시 소식도 있다면 언제인가?

6월 말부터 8월까지 상하이에서 열리는 교류 전시에 참여하고 늦가을쯤에는 성수동에서 열리 는 단체전에 참여할 것 같다. 그리고 올해 하반기부터는 뉴욕에서 작업 활동을 계속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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