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72_Yeon Kyungsuk

Yeon Kyungsuk

from Seoul, South Korea

Interviewed by Oh minj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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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원 가상 세계를 넓혀가는 3D 프로그래머 연경석. 어떤 작업을 보이고 있는지 간략한 소개를 부탁한다.

미래지향적인 3D 그래픽 트렌드와는 다르게 과거에 집중하여, 지나간 과거의 경험과 기억들을 3차원 세계에 다시 펼쳐 놓는 작업을 하고 있다.

언제부터 3D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나?

3D 작업은 대학교 새내기 때 처음 접하게 되었다. 학교 커리큘럼에는 없는 영상에 관심이 있어 혼자 adobe after effect를 공부하게 되었다. 독학을 하려고 이것저것 서칭을 하던 중 우연히 3D 그래픽을 알게 되었고, 당시에는 3D 프로그램이 어도비만큼 통용되지 않아 지금보다 훨씬 정보가 없었다. 그래서 혼자 프로그램을 익히는 데에는 어려움이 많았지만, 어렵게 찾아내고 연구하는 과정을 거쳐 원하는 결과를 얻었을 때 희열을 느꼈고,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그 욕심이 지금까지 이어져 3D 분야에 더욱 빠져들었다. 그 덕에 지금도 재미있고 다양한 시도들을 하고 있다.

작가가 바라본 가상 세계는 어떤 공간인가?

나에게 가상 세계란, 지금 내가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해주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살면서 가끔 비현실적인 경험들을 하고 싶어질 때가 있다. 예를 들어, 매일 밤에 꾸는 꿈 중 비현실적인 꿈을 꿀 때면 그 꿈을 경험하고 싶어지곤 한다. 이때 꿈에서 경험했던 것들을 3D 프로그램으로 옮겨 렌더링을 돌려보면, 꿈의 기억들이 생생해지고 꿈에서 느꼈던 느낌과는 또 다른 알 수 없는 느낌을 받는다.

가상 공간 속 하이퍼리얼리즘을 재현한 배경이 놀랍다. 익숙한 공간에 들어온 듯 디테일하게 그려낸 배경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데. 가상 인물은 어떻게 현실 세계로 침투하게 된 걸까?

배경 속에 등장하는 가상 인물은 내가 과거의 경험 속에서 느낀 점을 여러 인물들에 대입시켜 인물을 왜곡시켜 표현한 것이다.

아파트 단지의 엘리베이터, 수영장, 검도장. 어릴 적 많이 보던 친근한 환경을 주 배경으로 했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소재를 사용한 이유가 있을 것 같다.

성인이 되면서 가끔 아무 생각 없이 편안하게 살았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가끔 사진첩 상단에 있는 옛 사진들을 보면서 잠시 지난 시절을 회상하곤 한다. 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를 일으키는 친숙한 오브제들을 가져올 때면, 현재의 관점을 통해 바라본 기억 속 일상생활의 고유성을 느낄 수 있다. 또 프로그램에 디테일을 하나씩 옮기며 과거의 기억들을 떠올렸을 때 스스로 치유되는 것을 느꼈다. 당시의 순간을 카메라에 담지 못한 이벤트들을 직접 그래픽으로 재현하여 나의 사라진 옛 기억의 조각들을 채워 넣었다.

물방울 안에 담긴 듯한 가상 인물들을 특별히 달리 표현한 것도 궁금증을 자아낸다. 이들은 왜 온전한 몸을 가지지 못했을까? 저 투명한 액체는 무엇이고.

물방울은 첫 개인전 <Nostalgia> 전시 포스터에 표현된 한 부분이다. 물방울 안에 담긴 가상 인물은 태아를 표현했고, 물방울은 태아를 보호하는 양막을 뜻한다. 나의 옛 경험과 기억들이 앞으로 닥칠 위험 요소로부터 보호해 주는 보호막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첫 개인전으로 가보겠다. <Nostalgia>는 어떤 메시지가 담겨있나?

전시 <Nostalgia>는 나 자신을 단단하게 만들어준 향수 nostalgia의 역할을 보여준다. 불만족스러운 상황에 놓이면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럴 때마다 나는 어린 시절의 좋은 기억들을 떠올리며 스스로를 치유하고 나만의 보호막을 형성한다. 첫 개인전을 통해 나 자신을 단단하게 만들어준 기억들을 소개하고, 각자가 갖고 있는 향수의 역할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시간이 되길 바랐다.

여러 브랜드들의 팝업도 동시에 진행됐다던데. 어떻게 기획된 전시였는지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을까?

좋은 기회로 박보미(@bbxx.3_3)와 홍유경(@__dropin)이 기획하는 첫 팝업 및 전시인 FIVEPOINTZERO(@fivepointzero)에 작가로 참여하게 되었다. 여러 브랜드들의 팝업도 동시에 진행되어서 평소 전시를 접하지 않은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모이는 새롭고 재미있는 기회였다. 자신의 고향을 떠나 한국에서 생활 중인 외국인들이 많은 이태원이 전시와 어울린다고 생각하여 위치를 이태원을 택하게 되었다.

작가의 노스텔지아는 무엇인가?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이다. 살면서 겪은 좋고 나쁜 기억들을 항상 기억해두고 싶다. 좋은 기억들은 나에게 활력소가 되어주고, 나쁜 기억들은 나를 보호해 주는 방패가 된다. 2019년도 하반기에 코로나로 인해 상하이에 계시는 부모님을 뵈러 가지 못했다. 너무 그리운 나머지 상하이에서 있었던 기억들을 잃지 않기 위해 작업으로 옮겨 저장하려 했다. 이 과정을 통해 쾌감을 느끼기도 하고 괴로웠던 향수병이 자연스레 치유되기도 한다. 상하이에서 같이 유년 시절을 보냈던 친구들도 sns에 업로드한 작업물을 보고 자신도 유년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 해소된다며 작업물을 재미있게 봐줘서 동시에 보람도 느낀다.

이 또한 미래에서 회상될 현재. 요즘은 무얼 하며 여름을 보내고 있나? 

올해 하반기에 있을 단체전들을 준비하고 있다. 운이 좋게도 좋은 기회들이 찾아와 해보고 싶은 새로운 재미있는 시도들을 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

음악 사운드가 삽입된 초반 작업물을 쭉 보며 인터뷰를 떠나 정말 흥미롭게 즐겼다. 어떻게 이런 작업물이 탄생하게 됐을까? 작업 수순이 궁금하다.

평소에 백색소음과 불협화음에 관심이 많다. 이 사운드 안에서도 나름의 규칙들이 있다는 것에 매우 흥미를 느꼈다. 특히 영화 음악이나 집 밖에서 들리는 소음에 귀를 기울였다. 좋아하는 사운드 박자 안에서 3D 오브제의 모션을 다양하게 시도할 수 있어서 재미있는 작업이 나온 것 같다.

 

상당한 춤 실력까지 갖춘 가상 인물을 표현하려면 어느 정도의 무브먼트에 대해 파악하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작가가 직접 무브먼트를 시험해 보는 것인가?

중학교 때부터 팝핀과 현대무용에 관심이 많았다. 유년 시절 중국에서 지낼 때는 유튜브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았기에 중국 유튜브로 불리는 Youku.com 혹은 Tudou.com에서 춤 영상을 찾아 배우고 접하게 되었다. 춤 영상들을 예전부터 많이 접해온 덕에 인물의 관절을 꺾고 튕기고 웨이브 하는 무브먼트를 작업에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었다.

주로 사용하는 프로그램도 공유해 주자면.

모델링과 애니메이션은 주로 Cinema4d를 사용하고, 영상 작업은 After effect를 사용한다. 현실감 있는 맵핑 표현이 필요할 때는, 포토샵에서 가공 후 Cinema4d로 옮겨 맵핑을 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한다.

작업 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아무래도 현실감을 보여줄 디테일한 질감 표현이겠다. 어떤 점을 가장 유의하나?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배경이다. 과거에 있었던 장소의 디테일들을 어떻게 하면 잘 살릴 수 있는지 계속 연구한다. 작업 중에 기억 속 옛 장소나 물품이 자세히 생각나지 않으면 구글과 옛 사진첩을 샅샅이 뒤져 디테일들을 찾아낸다. 그리고 그 디테일들을 전부 다 보여주지 않고 가장 핵심적인 포인트들을 살리 돼 그때 느꼈던 감정도 잘 녹여내는 것이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다.

가장 오랜 시간 작업했던 3D 작업물을 꼽아보자면.

가장 오랜 시간을 투자한 작업은 작년 학사 졸업 작품이었던 <Lullaby>라는 영상 작업이다. Shanghai Nostalgia Series 중 하나였는데, 기획부터 구상까지 포함해서 반 년 넘게 걸렸다. 지하철을 배경으로 했는데, 그 안에 정말 많은 디테일들이 필요했다. 디테일이 많은 만큼 렌더링 시간도 오래 걸렸다. 그리고 기존에 사용했던 영상 트렌지션들과는 조금 다르게 구현하고 싶어 많은 방법들을 시도하였다. 일정 기간 동안에는 무의식에 빠져들만한 적합한 오디오를 위해 영상 사운드를 찾는 데에도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상업적인 작업도 많이 하고 있는 편인가?

최근에 조금씩 하고 있다. 항상 상업적인 작업과 개인 작업의 타협점을 고민한다. 그래서 상업적인 의뢰가 들어오면, 나의 색깔들을 잘 섞으려고 노력한다.

굿즈 제작도 기대되는데, 현재 계획하고 있는 것이 있나?

다가올 팝업 형식의 단체전에서 굿즈로 포스터를 판매할 예정이다. 또, 작년에 제작했던 굿즈 티셔츠와는 다르게 오브제 형식의 굿즈 제작을 고민하고 있다. 현재 한 옷 브랜드와도 협업 작업 중에 있다.

작가의 다음 스텝.

3D 그래픽의 미래지향적인 색깔보다는 원시적인 형태로 접근하고 싶다. 모니터나 단면적인 스크린에 담긴 3D 형태에서 벗어나 조금 더 조형적인 형태로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 내고자 한다.

작가의 작업물은 어디에서 확인해 볼 수 있을까?

오프라인 작업물들은 전부 집에 보관하고 있다. 올해 다가오는 전시들을 통해 새로운 작업들을 보여줄 예정이다. 전시는 9월 중순에 Mirrored Sphere 갤러리와 스튜디오 엘레간에서 단체전, 나인앤드가 기획하는 아트 페어에 참여한다. 모든 작업과 활동은 내 인스타그램(@camelostrich)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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