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79_Apollinaria Broche

Apollinaria Broche

From Tuscany, Italy

Interviewed by Sarka Fenclo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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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소개를 부탁해요. 어떤 작업을 하고 있나요?

안녕하세요,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아폴리나리아 브로슈입니다. 주로 점토, 목재, 유리 소재를 사용해 조각상과 설치미술 작업을 하고 있어요. 평소에 이탈리아와 프랑스를 자주 오가는데 현재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이탈리아의 토스카나 지역에 거주하고 있어요.

조각상과 도예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예술가 집안에서 자랐어요. 어머니는 러시아 출신 아티스트이고 아버지는 프랑스 사람으로 출판 업계에서 일을 하고 있어요. 가족을 통해 아티스트들을 자주 만났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다양한 미술 작업을 탐색하기 시작했어요. 원래 파리에 위치한 미술 대학교 ‘에콜 데 보자르’에서 필름 사진을 공부하려고 했는데 어린 학생이었던 저에게 굉장히 비싼 작업이었어요. 결국에는 도예가 제 메인 작업이 되었지만 지금까지 사진도 지속적으로 활용하고 있어요.

다른 소재와 비교했을 때 점토 특유의 매력이 있나요?

처음부터 끝까지 작업 과정에 직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인 것 같아요. 머릿속으로 상상한 ‘귀신 같은’ 그림을 형상화시키는 작업이에요. 게다가 가장 섬세하면서도 튼튼한 소재이기 때문에 인간과 공통점이 많고 살아있는 것 같아요. 금이 간 부분이나 깨진 작품의 조각을 활용해서 새로운 작품을 창출하는 것도 즐거워요. 또한 유약 과정이 마치 연금술 같아요. 회화와 달리 유약을 반복적으로 칠하면 작품이 깨질 수도 있기 때문에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도 정말 중요해요.

작업을 통해 탐색하고 있는 주제가 있나요?

푸코가 말하는 ‘헤테로토피아’라는 관념에 관심이 많아요. 헤테로토피아란 우리의 현실 속에 존재하는 신비로운 공간을 뜻해요. 놀이터나 묘지 같은 평범한 공간이 그곳과 연결된 우리의 추억 때문에 신비롭게 느껴지는 것처럼요. 프루스트의 마들렌 같이 어떤 물건이나 감각 기억을 통해 어린 시절에 돌아갈 수 있어요. 어린 시절에 우리에게 소중했던 물건이나 장소에 내재된 마법이 제 작업의 중심이에요. 아크네와 함께 제작한 협업 컬렉션을 비롯해 신비로운 캐릭터를 자주 만들어요. 또한 다양한 문화적 맥락, 미술사, 영화, 음악 등을 작품에 많이 반영해요.

아크네와 함께 제작한 귀여운 동물 캐릭터가 기억에 남네요. 브랜드와 함께 어떤 작업을 해왔는지 이야기해주세요.

처음에는 패션쇼에서 모델들과 함께 등장할 캐릭터를 5개 제작했어요. 어렸을 때 머릿속으로 만든 친구들이나 친구만큼 소중했던 인형 같은 작품을 만들고 싶었어요. 주얼리와 프린트도 함께 출시했어요. 다음 협업은 제가 만든 45개의 캐릭터 시리즈였어요. 모든 캐릭터들은 각자의 스토리, 감정, 그리고 그 감정을 표현한 컬러가 있어요. 세상의 어디에 있어도 공감받을 수 있는 캐릭터들이라고 생각해요. 또한 최근에 토끼의 해를 기념해 캡슐 컬렉션을 출시했어요. 문화마다 행운의 색깔과 불길한 색깔이 있는데 다양한 색깔에 부여된 의미를 살펴봤어요. 그리고 사실 제가 어렸을 때 토끼 인형을 정말 좋아했어요 (웃음). 제 작업을 보면 자주 등장하기도 해요. 아크네는 항상 열린 마음을 가지고 저에게 협업할 사람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주기 때문에 매번 너무 즐거워요.

티셔츠, 속옷 등 의류를 세라믹으로 표현한 작품이 인상적인데요. 작업에서 패션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요?

옷에는 많은 추억이 담겨있다고 생각해요. 입고 있는 티셔츠를 통해 다른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것이 많아요. 그리고 어떤 향이 남아있거나 특정한 장소에서 입었던 추억이 있으면 더욱 특별한 의미가 있어요. 우리의 옷은 마력과 같은 힘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해요. 양말도 마법처럼 갑자기 사라지고 다시 나타날 때가 있잖아요 (웃음). 과거에 저에게 소중한 티셔츠를 사용해 점토로 덮은 후 구운 적이 있어요. 작품 안에 있었던 티셔츠가 불에 타서 사라졌는데 세라믹의 껍데기가 남았어요. 옛날에 신었던 카우보이 부츠를 보면 그 시대가 떠오르는 것처럼 우리의 개인사는 패션과 친밀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클릭’이라고 부르는 번득이는 영감에서 시작해요. 꿈 같은 그림이 머릿속에 나타나면 그것을 현실화할 때까지 완전한 몰입 상태에 빠져요. 갑자기 생각난 그림이 어떤 미술 작품일 수도 있고 영화의 한 장면일 수도 있는데 그 출처를 자세히 알아보려고 합니다. 최신 작품은 세라믹과 실버에 삽입된 스톤을 사용하는데 토스카나 지역에 있는 프레스코 벽화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르네상스 초기에 제작된 작품으로 당시에 아티스트가 좋은 정부와 나쁜 정부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고 해요. 제 가족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왔기 때문에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이 떠올라 작품에 공감이 되었어요. 그런데 이 프레스코를 직접 보러 갔을 때 작품이 그려진 ‘평화의 방(Peace Room)’이 개조 작업 중이었어요. 그래서 작품의 제목을 ‘평화의 방이 개조 중이다(The Peace Room Is Closed for Renovation)’라고 지었어요. 영감을 준 프레스코를 직접 볼 수 없었지만 그 작품을 상상하면서 작업을 했어요.

토끼의 해에 계획이 어떻게 되나요?

프로젝트가 완성될 때 소개하는 것을 선호하지만 예고하자면 현재 전시를 여러 개 준비하고 있어요. 첫 번째 전시는 지난 3월부터 파리에서 열렸어요. 또한 여름에 재미있는 개인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지만 자세한 내용은 비밀로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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