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79_MAYA
Maya Stolenbesos
From Los Angeles, USA
Interviewed by Sarka Fenclo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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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님의 사진이 SNS에서 관심을 받고 있는데 크리에이터로서 인스타그램과 같은 플랫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인스타그램에 콘텐츠를 올릴 때마다 정말 불안해요. 계정을 두 개 운영하고 있는데 너무 많은 정보를 올리면 TMI가 될 것 같아서 혼란스러울 때가 있어요. 포토그래퍼나 아티스트는 전문성을 보여주면서 어느정도 미스터리함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 선이 굉장히 미묘해요. 그리고 사람들의 악플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요. 인스타그램 대신 잡지나 책을 통해 작품을 공개했다면 사람들이 다른 시선으로 보지 않았을까 싶어요. 한편 텀블러 같은 플랫폼의 경우에는 누가 제 게시물을 보고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부담이 덜 돼요.
모델을 어떻게 섭외하는지 궁금해요.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제 친구들을 자주 찍어요. 또한 DM을 통해 촬영을 제안해주시는 분들도 있어요. 한 번 아이걸(iGirl)이라는 브랜드의 화보 촬영을 위해 클로이 체리(Chloe Cherry)를 찍은 적이 있는데 브랜드측에서 '섭외하고 싶은 사람이 있나요?'라고 물어봤을 때 제 원픽이었습니다. 예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어떤 어두운 면이 있는 사람을 좋아해요. 이미지에서 개성이 빛나는 사람을 찾아요.
포즈와 표정에서 어두운 분위기가 느껴지는 것 같아요. 그런데 억지로 시킨 것처럼 보이지 않아요. 촬영할 때 디렉팅을 적극적으로 하는 편인가요?
사실 어젯밤에 저에게 완벽한 촬영을 마치고 왔어요. 저와 모델이 정말 연결되어 있는 것 같았어요. 그녀의 침실에서 찍었는데 자연스럽게 움직이면서 제가 그녀를 따라며 지켜봤어요. 말도 없이 촬영했어요. 저는 모델에게 표정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말하지 않아요. 사람들은 제 사진을 보고 ‘로보토미 시크(lobotomy chic; 아이러니하고 무심한 여성스러움을 지향하는 온라인 트렌드)’라는 유행어를 붙이는데 제가 선택하고 공감한 이미지가 ‘로보토미 시크’스럽게 보일 수는 있어도 모든 사진이 그러한 트렌드를 의식하고 생겨나는 것은 아니에요.
촬영을 진행하는 방법이 궁금해요.
촬영을 시작하기 전에 모델과 한두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누고 놀면서 친해지려고 해요. 촬영 때문에 처음으로 만난 모델들이 가끔 제 친한 친구가 되기도 해요.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요. 함께 작업할 때 안전감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제 사진은 여자들의 몸을 보여주려고 하지 않고 ‘이건 좀 섹시하고 과하다’ 싶으면 방향성을 조절할 때도 있어요.
앞서 언급한 ‘로보토미 시크’나 ‘빔보코어’ 등 과장된 여성스러움을 선호하는 패션이 SNS에서 유행하는데요. 마야님의 작업은 그런 트렌드와 연결된 부분이 있나요?
제 사진을 소개할 때 사람들은 이런 유행어를 자주 사용하는데 개인적으로 제 작업이 유행하는 패션처럼 ‘무심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90년대나 2000년대에 제 사진을 진(zine)에 실었으면 사람들이 ‘로보토미 시크’라고 부르지 않았을 것 같아요. 그냥 사진이잖아요. 제 작업의 결과물이 ‘여성 인플루엔서의 사진’이라는 틀에 박히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트렌드를 넘어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어떤 패션 트렌드 덕분에 작업 의뢰를 많이 받은 것도 사실이니 장단점이 있는 것 같아요.
영감을 어디에서 받아요? 좋아하는 포토그래퍼가 있나요?
데이비드와 마리오 소렌티, 난 골딘, 코린 데이, 테리 리처드슨을 좋아해요. 그리고 영화나 음악에서 영감을 많이 받아요. 어렸을 때 영화의 음악감독을 지망했거든요. 소피아 코폴라에게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영화처럼 항상 제 사진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전달하려고 해요.
마야님의 사진은 섹시하고 친밀하게 느껴지면서도 남성의 시선을 거부하는 것 같아요.
신기하게도 저는 제 사진이 섹시하다고 전혀 생각하지 않아요. 인스타그램에 올렸을 때 ‘섹시해서 좋다’라고 댓글을 남기는 사람들은 대부분 남자들이에요. 제 사진에 너무 성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 않아요. 모델이 섹시해 보이면 그것은 그녀의 원래 모습일 뿐이고 제가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것은 절대 아니에요. 남성 포토그래퍼들은 선을 넘어 모델을 불편하게 할 때가 종종 있는데 그런 태도가 사진에 반영된다고 생각해요.
칼이나 총처럼 ‘상남자’의 상징을 사용하는 것도 굉장히 재미있네요.
총을 판매하는 가게에서 여자 모델 두 명을 찍은 적이 있어요. 그때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는데요. 수영복을 입은 여자들이 총이 나열된 유리 장식장 옆에 누워 얼굴을 유리에 기대고 있는데 바로 우리 옆에 모르는 남자들이 총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었어요. 우리가 찍은 사진은 ‘이딴 건 우리에게 아무렇지도 않아’라는 메시지를 보냈던 것 같아요.
카메라 앞에 서있는 사람이 안심할 수 있도록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아요.
네 맞아요. 어젯밤에 촬영한 모델은 다리를 머리 위에 올리고 몸을 뒤틀면서 이상한 포즈를 취하고 있었어요. 제가 시킨 것이 아니라 본인이 하고 싶은 대로 하게 해준 것뿐이었어요. 그녀의 몸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 아니라 몸으로 이런 신기한 모양을 만들 수 있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싶었고 그 순간을 공유하고 싶었어요. 인스타그램에서 사람들은 가끔 제 사진을 보고 ‘남성의 시선’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정반대예요.
사진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무엇인가요?
저는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순간들이 있어서 사진을 찍고 공유하기 시작했어요. 사람들이 제 사진을 봤을 때 남의 비밀을 엿듣는 기분이 들 만큼 친밀하게 느꼈으면 좋겠어요. 처음에는 사진을 통해 별세계 같은 분위기를 만들었어요. 초록색 터널 안에 서있는 여자의 사진도 그때 찍었어요. 제 사진에 등장한 여자들이 아무도 해를 끼칠 수 없는 자신만을 위한 공간 안에 있는 모습이 너무 좋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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