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92_TZUSOO

TZUSOO

Interviewed by Ryu Soyeon

From Berlin, Germany

작가님 안녕하세요, MAPS 구독자들에게 자신을 어떻게 소개하고 싶으신가요?

안녕하세요, 예술과 사랑이 인생의 전부인 예술가 추수(TZUSOO)입니다. 어릴 적부터 게임, sns, 커뮤니티를 달고 산 디지털 네이티브로서 디지털 세계에 집착합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국립조형예술대학에서 가르치고,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프린세스 컴퓨터"의 설립자 겸 감독이기도 합니다.

이전에 본적 없는 독특한 컨셉의 비주얼 아트가 정말 신선해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떠오르게 된 특별한 순간이나 느낌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특별한 순간이나 느낌은 없습니다. 매일 아침부터 잠들 때까지 작품과 싸우는 예술가로서의 길고 끈질긴 여정이 있을 뿐이지요.

작가님의 오랜 염원이 임신과 출산이라는 글을 보았어요. 여성성, 생명의 개념에 대해 철학적인 고민을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관련해서 주로 어떤 고민을 하시는지 듣고 싶습니다.

어릴 땐 직업적으로는 예술가가, 사적으로는 엄마가 되는 게 꿈이었어요. 그런데 독립 예술가로 살아남는 게 인생 전부를 바쳐도 될까 싶은 어려운 일인 거예요. 그 와중에 엄마가 되겠다는 꿈은 자꾸만 밀려나고 있는 거죠. 엄마가 된다는 것 역시 동화 같은 이야기가 아니더군요. 아홉 달을 임신하고, 출산의 고통을 겪고, 밤에는 두 시간에 한 번씩 일어나 밥을 주고, 최소 몇 년간은 한 시도 눈을 떼지 않고 아이를 돌봐야 합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작업과 전시를 어떻게 병행할 수 있으며, 예술가는 유급 휴가도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요? 엄마가 되고 싶어 하면서도 동시에 커리어를 지속하고자 하는 모든 여성들은 이와 같은 고민과 갈등을 겪고 있을 것입니다. 이에 대한 해소로서 저는 작품들을 내 새끼처럼 낳고 돌보기 시작했습니다. 디지털 세계에 존재하는 ‘슈뢰딩거의 베이비(2019)’부터, 디지털 세계의 존재들을 반대로 물리세계로 꺼내 온 ‘아가몬(2023~)’ 조각 시리즈 등이 대표적이죠. ‘기술(technology)’이라 하면 무언가 기계적이거나 컴퓨터공학적인 것들을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생명을 탄생시키는 것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고차원의 기술인지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중요성에 비해 철학과 예술에서 받은 조명은 너무 초라하더군요.

마스코트 에이미(Aimy)의 외관은 마치 신인류와도 같아 보여요, 에이미(Aimy)를 세상에 내보내기까지의 탄생 과정과 배경이 궁금해요.

에이미(Aimy)는 AI 음악회사에서 버추얼 인플루언서를 만들어달라는 요청에서 시작된 프로젝트입니다. 여성 아이돌의 전형적인 외관을 닮아야 한다는 조건에 처음에는 거절했죠. 긴 머리, 순수한 얼굴, 마른 체형의 순진한 성격이라는 고정관념을 디지털 세계에서조차 반복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러다 에이미(Aimy)를 통해 더 많은 관객을 만나고,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버추얼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되, 집(미술관이나 SNS)으로 돌아와서는 가발을 벗고, 웃옷을 벗어던지고 자기만의 이야기를 하는 에이미(Aimy)의 권리를 달라고 했죠. 놀랍게도 사장님께서 적극 협조해 주셨고, 그렇게 해서 탄생한 아바타가 에이미(Aimy)입니다. 이런 이유로 집으로 돌아온 에이미(Aimy)는 성별도 국적도 없고, 아이도 노인도 아닌 모습이 되었죠.

기술의 발전에 따른 두려움에 대해 말씀하셨던 적이 있죠, 지금은 그 감정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계신가요? 극복하셨다면, 그 여정에 대해 나누어주실 수 있을까요?

종종 에이미(Aimy)가 AI로 만들어졌다는 오해를 받습니다. 그러나 에이미(Aimy)는 제가 세심하게 디자인한 아바타로, 피부, 뼈구조, 얼굴의 근육까지 한 땀 한 땀 손으로 빚은 작품입니다. 이 아바타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 애정이 담겨 있죠. 2022년 AI 붐이 일면서, 재미 삼아 AI로 에이미(Aimy)를 만들어봤습니다. 그저 키워드만 던져줬을 뿐인데, 놀랍게도 매우 창의적인 다양한 에이미(Aimy)들이 쏟아졌습니다. "나는 독창적인 에이미(Aimy) 하나를 만들려고 수많은 밤을 지새웠는데, 이제 예술가는 망한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예술의 역사를 돌아보면,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예술가들의 친구가 됐죠. 사진기가 그랬고, 영상이 그랬습니다. 하여 저도 AI의 손을 잡았죠. 이후 변화무쌍한 모습으로 생산되고 있는 “달리의 에이미(2022~)”가 AI 프로그램과 협업하는 시리즈입니다. 동시에 제가 장인 정신으로 빚고 있는 원래 디자인의 에이미(Aimy)도 계속해서 자라고 있습니다.

물리 세계의 고정관념 혹은 틀을 벗어난 디지털 세계, 그곳에서 작가님이 꿈꾸는 자유를 맞이한 어떤 모습인가요?

인류의 정신이 완전히 컴퓨터에 업로드되어 인간의 몸을 벗어날 때, 우리는 현재 겪고 있는 고통의 사슬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미래의 모습이 어떤 것일지는, 여전히 인간의 몸에 갇혀 있는 미천한 저로서는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베를린에 기반을 둔 한국 예술가로서, 두 문화권 사이에서 느끼는 예술적 영향과 충돌이 있다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작품에 어떻게 나타나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한국의 현대예술은 빠른 속도로 ‘새로움’을 추구하면서도, 동시에 높은 수준의 craft적 퀄리티를 자랑합니다. 반면, 독일의 현대예술은 ‘개념’을 중심으로 하고 예술사 갈래들의 전통을 이어가는 데 가치를 둡니다. 제 작품은 독일에서는 ‘한국적’이라고 평가받고, 한국에선 ‘독일스럽다’고 합니다. 이래 저래 섞였나 봐요. 마치 이제는 제가 어느 나라 사람인지 모르게 되어버린 것처럼요.

작가님의 스타일이 매우 확고한데, 혹시 다른 기법을 시도해보고 싶은 생각은 없으신가요?

작품을 하는데 딱히 정해진 기법이 없어요. 하고 싶은 걸 합니다. 그 안에서 확고한 스타일을 보셨다면, 그건 어쩔 수 없이 묻어난 제 체취입니다. 공개되지 않은 수많은 드로잉과 글이 있습니다. 앞으로 재밌는 걸 많이 보실 겁니다.

바쁜 와중에도 요즘 마음에 오래 남는 인상 깊은 장면은?

“일촉즉발의 순간들로 이루어진 삶은 전체적으로는 왜 지루할까”라는 심보선의 시 구절이 마음에 남았어요. ‘바삐’ 사는 건, 좋은 작품을 하는데 도움이 안 돼요. 괴상하고 매력적인 영감은, 모든 바쁨에서 멀어졌을 때 비로소 그 모습을 드러내거든요. 혼자만의 깊은 호수에 침잠하여 반짝이는 작은 돌을 발견하는 거죠. 누구도 발견하지 못한. 요새 너무 일촉즉발이라 슬퍼하던 찰나에 만난 귀중한 구절이라 마음에 담아놓았습니다.

마지막으로 계속해서 새로운 창작의 길을 개척하려는 예술가들에게, 어떤 인사이트나 조언을 나누고 싶으신가요?

매 순간이 고통스럽겠지만, 예술뿐이 나의 길이라면, 깜깜하더라도 계속 한 발 한 발 내딛으세요. 주저앉지 마세요. 그럼 더 아픕니다.

.

.

.

You can check out more images and contents through our magazine!

Maps Magazine